익숙함 넘어서기_ 서울예찬

우리는 무엇을 찍기 위해 카메라는 들까. 여행지에서, 맛있게 담긴 음식 앞에서. 카메라는 이끌리듯 손 안에서 낯선 풍경을 담는다. 반면 늘 걷던 거리, 항상 제자리에 걸린 간판, 색 없는 사람들. 카메라는 익숙한 풍경에서 힘을 잃는다. 그렇다. 익숙함은 우리의 눈을 가린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매일 카메라를 들지만 일상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다. 태어나 단 한번도 떠난 적 없는 서울을 나는 카메라의 눈으로 바라본 적이 많지 않다.

마침내 카메라를 들고 바라본 서울은 일상 속의 익숙함을 벗은 모습이었다. 24mm, 50mm 그리고 150mm의 범위에 잡힌 서울은 내가 알던 서울이 아니었다. 촬영을 위해 서울 누비며, 발길 닿을 인연이 없던 거리를 걷고, 마주칠 일 없던 사람들을 지났다. 해가 질 때까지 목적지 없는 걸음을 재촉했다.

익숙함은 낯섦 속에서 비로소 빛이 난다. 서울을 떠나와 서울을 바라보며 익숙함에 대한 그리움을 느낀다. 단 한번도 서울을 제대로 찍어보지 못했다면, 누구에게나 있는 사진이니 나까지 찍을 필요 없다고 카메라를 내려놨다면, 서울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을 한 번도 제대로 담아본 적 없는 사람에게 혹은 서울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익숙한 나의 도시를 보여줄 기회가 많았다. 그들은 도시 서울의 빛나는 풍경 안에서 어딘가 외롭고, 사실 피곤하고, 구석구석 삶의 치열함을 발견했다고 한다. 내게도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본 서울은 익숙했던 기억 속의 그 도시가 아니었다.

떠나온 지 1년, 이곳에서 매일 뉴스 속 영상으로 서울을 바라본다. 수 만의 불빛으로 밝힌 광장과 뒤엉킨 실뭉치가 하나 둘 풀려가는 모습은 내가 지난 시간을 살아온 서울과는 달랐다.

누군가의 카메라에 담겼을 그 시간의 서울을 예찬한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해서 담길 서울을 응원한다. 그 어떤 분야에서든 익숙함을 낯설게 바라봤을 때, 완전히 낯선 어떤 것보다 새로운 가치를 갖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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